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인 3월 5일, 올림픽코트에서는 매우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32주년을 맞는 한일 교류전에 우리나라 아마추어대표로 뛸 선수 선발전이 열리고 있었으니 그 현장은 갤러리들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라켓을 잡은 선수들은 누구나 대표 선수로 선발되기를 희망하지만 누구나 다 뽑힐 수 없는 법. 얼음을 뚫고 새순이 돋는 봄의 기적처럼 언젠가는 한국 아마추어 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집념을 가지고 노력한 사람에게만 오는 행운이기도 하다.
전날 총 29팀이 참석한 예선 리그에서 이미 여섯 게임씩을 뛰고 최종 8강에 오른 선수들은 다시 두 박스로 나누어 조별 리그를 펼쳤다. 이중 총 네 팀을 선발하여 순위 결정전을 거친 다음 최종 세 팀이 발탁이 되는데 페드컵 국가대표 선발전 못지않게 체력과 정신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화해 내기 힘든 과정이었다.
참가자 중 합산나이가 가장 많았던 정주희-문창선 조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쳐야 했다. 3, 4위 전에서 박미애-조성자 팀을 이기고 최종 3위로 발탁이 된 이 팀은 “선발전을 뛰어야겠다는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었는데 클럽 선배들이 꼭 한 번은 대표선수가 되어 볼 만하다고 권해서 출전했다. 그런데 이틀간 13게임을 소화하기도 힘들고 다들 실력이 뛰어나 상당히 벅찬 경기를 했다”며 선발전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네 팀이 펼친 풀리그에서 김여희-주명옥 조를 만나 4대0으로 이기다가 역전 당해서 겨우 타이브레이크에서 위기를 뚫고 2위로 선발 된 김정수-나문임 조는 “그 순간 지옥이 따로 없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든든한 파트너 십이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1위로 선발된 김영미-홍수진 조
1위로 선발된 김영미-홍수진 조는 다음 대회를 앞두고 연습 삼아 편안하게 출전한 팀이다. “꼭 선발되겠다는 각오 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풀어가다 보니 의외로 큰 고비 없이 좋은 성적이 나 얼떨떨하다”고 했다. 김영미의 강한 포핸드와 홍수진의 빠른 공격이 상대 선수들을 제압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양 이틀간 펼쳐진 선발전의 모든 경기가 종료 되었지만 몇 포인트의 이지에러로 탈락이 된 참가 선수들은 아쉬움으로 쉽사리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파트너끼리 미안하다는 사연을 전하면서도 2년 후 다시 도전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올해로 6년 째 한일 선발전을 지켜보며 진행했던 김순미 심판위원은 “예전에는 노련미가 대세였지만 지금은 기본기가 잘 갖춰진 젊은 선수들의 참여가 늘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실력이 평준화 되었고 매너도 좋아져 심판위원들의 콜에 대해서도 인정을 빨리 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선발된 모든 선수들과 진행위원들은 연맹 사무실에서 올해 나이 86세인 배준영 여자연맹 회장을 만나 따뜻한 위로와 축하의 메시지를 들었다. 배 회장은 “제32회 한일 교류전에 선발된 선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우리나라에 여자 대통령이 당선 되었듯이 한 가정의 주부인 여러분들이 건강하게 열심히 운동해서 가정을 더욱 더 충실하게 이끌어 갈 것임을 믿는다”며 축하를 해 주었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은 5월 30일에 올림픽코트에서 제32회 한일 교류전 대표선수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경기를 하게 된다. 승리의 기쁨이 큰 에너지가 되어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본다.
결과
선발된 선수 명단
1위 김영미-홍수진 (엔돌핀)
2위 김정수-나문임 (목원, 풀잎)
3위 문창선-정주희 (수원어머니, 풀잎)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여섯 명의 대표선수들
올해 86세인 배준영 회장
대진표
2위 김정수 나문임 조
3위 문창선 정주희 조
최종 4강전의 경기 직전의 선수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다음을 기약한 팀
국화부 비우승자로 출전해 8강까지 올라간 팀
열띤 응원을 펼친 갤러리들
경기를 분석하며 진 원인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마지막 4강 결정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박미애 조성자 팀